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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변동의 사회사 | 한국사회사학회 엮음 | 2003/04/19
* 2004 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한국사회사학회 엮음
2003년04월19일
신국판, 408 쪽, 양장
ISBN : 89-320-1397-7 93300
18,000 원
 

책 소개

[책머리에]


이 책은 2001년 10월 26일과 27일 양일간 한국사회사학회가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2001년도 정기 학술 대회의 발표 논문들을 바탕으로 편집한 것이다. 당시 발표된 논문은 모두 13편이었는데, 이 가운데 3편의 논문은 저자의 사정상 빠지고, 대신 2편의 논문이 추가되어 책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학술 대회의 주제는 ‘지식 변동의 사회사: 전통 현대 미래’로서,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지식 변동의 다양한 측면들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동시에, 현재적 관점에서 지식 변동의 미래를 전망하는 작업들도 포함되었다.

‘지식 변동’이 학술 대회의 주제로 떠오르게 된 것은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1990년대 말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지식 경제’와 ‘지식 경영,’ 그리고 ‘지식 기반 사회’란 용어가 언론을 통해 자주 등장하였다. 경제계와 학계 일각이 이에 적극 동조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부’에서도 ‘지식 기반 국가’의 건설을 국정의 지표로 삼고, 이에 부합된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강요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표현으로 보고, 정부의 지식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양측은 입장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냈지만, 생산적인 토론에는 이르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IMF 관리라는 위기 상황에 대한 진단 및 대응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식’의 본질과 사회적 기능에 대한 기본 인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즉 옹호론자들은 지식의 유용성과 경제성에 강조점을 두었지만, 지식의 다양한 형태와 계몽적 기능에는 둔감하였고, 비판론자들은 이를 전통적인 지식 개념에 입각하여 비판했지만, 변화를 감싸안으려는 유연성은 부족했다. 이렇듯 양자는 기본 인식을 달리했지만,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한 성찰의 경험이 부족했다는 점에서는 양자가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사회사학회에서는 이 점에 주목하면서, 한국 사회의 지식 변동을 거시·역사적으로 조망하고, 이를 통해 지식의 사회적 성격과 기능, 그리고 지식인·지식 집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검토할 기회를 갖고자 학술 대회를 조직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단기간의 현실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장기간의 역사 변동 속에서 포착하려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사회사’의 학문적 성격과도 관련이 되는 것이지만, 현실적인 문제 해결이나 미래 전망을 얻기 위해서도 역사에 대한 근본적인 천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기왕 지식 변동의 문제를 다루려면, 지식 활동의 여러 영역들, 예컨대 교육과 학문, 과학 기술, 이데올로기 등의 문제와 아울러, 지식 집단의 성격과 지식 생산 및 전달 시스템의 문제까지 포괄하여 토론하기를 원했다. 이런 구도하에서 한국사회사학회 회원들이 학술 대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였고, 이후 약간의 조정과 보완을 거쳐 이 책과 같은 형태로 정리가 되었다.

이 책이 지식 변동에 관한 모든 문제를 다룬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시기적으로 전통 사회와 근대 사회, 그리고 현대를 포괄하고 있지만, 각 시대에서 다루어진 문제 영역들은 제한되었다. 물론 필자들의 시각도 다양하고, 주제의 폭과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지식 변동의 사회사’란 이름에 걸맞은 주제들이 어느 정도 망라되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지식 변동의 중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새로운 연구의 단서를 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이 책이 지식의 본질과 변동, 그것의 다양한 양태, 그리고 지식이 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는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는 이 책의 독자들이 지식 변동의 연구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이 책의 미진함과 결함을 메우는 작업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한국사회사학회는 이 학술 대회를 위하여 조직위원회를 두고 학술 대회의 구성과 방향을 논의하였다. 조직위원회에는 장세훈·박선웅·정선기·지수걸이 참여했으며, 학회 부회장인 김경일이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지식 변동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연구 영역과 과제를 개발하는 과정이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학술 대회의 발표를 통해 각 2명의 토론자와 청중들에게 질문과 지적을 받고 글의 내용을 보완하였다. 박명규와 임대식은 학술 대회에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편집 과정에서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꺼이 참여하였고, 이 책의 편집 방침에 협조하여 원고를 집필하였다. 책임 편집자로서 이 책의 저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또한 학술 대회의 토론자·사회자 제위와 조직위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이 책은 한국사회사학회가 주관하여 발간하는 ‘사회사 연구 총서’의 한 권으로 나오게 되었다. 학술 대회의 결과물이 총서에 포함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학회의 든든한 후원자의 입장에서 책의 출판을 허락해주신 문학과지성사의 채호기 사장님과 편집부 직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분들께는 늘 신세를 져왔는데, 이번에 그 목록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2003년 3월
책임 편집자 김필동 김경일 적음


목차

책머리에

서장-지식 변동의 사회사: 과제와 방법 _김필동

제1부 전통 지식의 구조와 변용
조선 시대 지식의 두 형식: 퇴계와 허균을 중심으로 _정순우
전통적 지식의 지속과 변용: 『소학』과 개화기 수신 교과서 비교 분석 _정일균

제2부 근대 지식 수용의 식민지적 구조
지식 운동의 근대성과 식민성: 1920~30년대를 중심으로 _박명규
식민지 시기 도일 유학생과 근대 지식의 수용 _박찬승
1920~40년대의 대학 제도와 학문 체계: 경성제대의 ‘조선어문학과’를 중심으로 _이준식

제3부 근대화와 지식인
1950년대의 근대화론과 지식인: 경제 개발론을 중심으로 _박태균
1960년대 지식인과 이념의 분화 _임대식

제4부 지식 생산 분배 구조의 변화
대학의 과학 기술 지식 생산 구조의 변화: 우수 연구 센터(ERC/SRC) 제도를 중심으로 _ 황혜란 윤정로
‘사회 투자 가족’의 위기: 세계화, 가족 문화, 학력 투쟁 _장경섭

제5부 지식 패러다임의 전환
한국 여성학의 사회학 _ 이정옥
사이버 시대, 지식 패러다임의 전환 _ 이재현

보도 자료

1990년대 말부터 한국 사회에는 ‘지식 경제’와 ‘지식 경영,’ 그리고 ‘지식 기반 사회’란 용어가 언론을 통해 자주 등장하였다. 이에 학계에서도 이를 둘러싸고 경제주의자와 인문주의자, 세계화론자와 반세계화론자 사이에 찬반 양론이 격돌한 바 있다. 그러나 논쟁은 생산적인 토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지식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양자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랐고, 반면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한 역사적 성찰은 공통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사회사학회에서는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지식의 변동을 거시 역사적으로 조망하고, 이를 통해 지식의 사회적 성격과 기능, 그리고 지식인 지식 집단의 역할에 대해 검토할 토론의 장을 갖기로 했다. 아울러 지식 활동의 여러 영역들, 예컨대 교육과 학문, 과학 기술, 이데올로기와 지식 생산 및 전달 시스템의 문제를 여기에서 다루고자 하였다. 이 책은 그러한 성찰과 연구의 결과로 마련된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이, 지식의 본질과 변동, 그리고 지식이 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학문적 탐구를 진작시키고, 나아가 현실 문제의 해결과 미래 전망을 얻는 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왜 지식 변동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하필 역사(사회사)인가? 지식 변동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는 작업은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를 포함한다. 이때 과거 지식 변동의 양태와 속성(가변성까지 포함하여), 그리고 역사적 경험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판단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더구나 역사에 대한 연구는 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가 안게 된 제약 조건과 해결해가야 할 과제를 분명하게 해준다. 지식 변동을 전망함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며, 따라서 '지식 변동의 사회사'에 대한 연구는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로 연결되는 실천적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_「서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