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흐름에 맞선 한국 노동 운동사의 뿌리에 대한 연구
사회학과 역사학의 테두리를 넘어 사회사, 역사사회학 및 그 동학(同學)을 연구대상으로하는 ‘사회사연구총서’ 로 김경일 교수의 『한국 근대 노동사와 노동 운동』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20세기 전반부에 해당하는 일제 식민지 시기를 대상으로 산업과 지역에 따른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노동자 상태와 의식 및 일상생활을 검토하고 있다. 근대 노동사의 관점에서 단일한 파업 사례나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것을 지양하고 시기와 지역이라는 내재적 맥락과 전체 구조에서 지니는 의미와 비중을 함께 밝혀내고자 하였다. 아울러 노동 운동의 전개가 작업장의 노동 조건이나 노동자의 생활 상태 및 의식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생산 과정·노동 조직·노동 조건 등 노동자 상태와의 유기적인 연관 안에서 노동 운동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필자는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커다란 흐름에 맞서 지속적으로 저항하면서 스스로를 형성해간 근대 노동자 계급의 다양한 양상들을 제시해보고자 하였다. 이들에게 저항의 목표는 많은 경우 인간으로서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도의 생활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었으며, 때때로 그것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생활 조건의 개선이나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요구 혹은 자본가의 착취와 민족 차별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비판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노동 운동은 궁극적으로 좌절과 패배의 역사였다.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한 역사적 사례들을 제외한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 운동의 역사는 늘 좌절과 패배로 점철되어 왔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 운동이 지니는 이러한 딜레마는 식민지 시기의 노동 운동에서 지속적이고 강렬한 저항의 양상을 보였던 성공의 사례들 못지않게 노동자들의 저항이 좌절되어가는 과정과 원인, 이에 영향을 미쳤던 일제 자본가의 통제 양식과 아울러 억눌리고 왜곡되었던 노동자들의 일상적 삶과 의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이 책은 전체 4부, 11편의 논문을 수록하여 구성하였다.
저자 및 역자소개
김경일, 金炅一
김경일(金炅一)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뉴욕 주립대(Binghamton)와 프랑스 파리 인간과학연구소(Maison des Sciences de L'Homme)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쳤고, 덕성여대 교수, 일본 동경대학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미국 버클리 대학 교류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사회학 전공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 사회사와 사회사상, 동아시아론 등에 관심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 『일제하 노동운동사』(1992), 『이재유 연구』(1993), 『지역연구의 역사와 이론』(1998), 『한국의 근대와 근대성』(2003), 『아시아의 민족이산과 도시: 20세기 전반기 만주의 조선인』(공저, 2004),『한국노동운동사 2, 일제하의 노동운동: 1920-1945』(2004) ,『여성의 근대, 근대의 여성』(2004) 등이 있다.
목차
제1부 노동자의 상태와 일상생활
제1장 20세기 전반기 도시 빈민층의 형성
― 경성부의 이른바 토막민을 중심으로
제2장 고무 노동자의 상태와 노동 운동
제3장 1930년대 금속 부문에서 노동자의 상태와 노동 운동
― 진남포와 흥남의 제련소 파업을 중심으로
제2부 노동조합 조직과 노동 운동
제4장 인쇄 출판업에서 노동조합 조직의 발전
제5장 인쇄 출판업에서의 노동 운동
제6장 1925년 서울 전차 승무원의 노동 운동
제3부 원산 총파업과 원산의 노동 운동
제7장 1929년 원산 총파업에 대하여
― 역사적 성격의 재평가
제8장 1929년 원산 총파업 이후의 노동 운동
제4부 혁명적 노동 운동과 사회주의
제9장 서울상해파의 혁명적 노동조합 운동
제10장 서울의 반제 운동과 혁명적 노동 운동
제11장 경성콩그룹과 지방 조직
보도 자료
이 책은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부는 노동자의 작업 환경과 생활 상태에 초점을 맞추어 노동 운동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먼저 서울 지역의 도시 빈민을 대상으로 내부 구성과 생활 상태, 사회 의식과 사회 관계 등을 살핀 제1장은 식민지 시기 후기로 갈수록 도시 빈민의 내부 구성이 다양화되면서 노동 계급의 구성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도시 빈민에 초점을 맞춰 노동자 생활사를 검토한 것이다. 이어지는 2개의 장에서는 일제하의 대표적 ‘민족 기업’인 고무 공업과 이와 대조적인 금속 부문에서 일본인 독점 대기업을 사례로 생활 상태와 노동 운동의 상호 관련성을 유기적으로 서술하고자 하였다.
제2부는 주로 1920년대의 서울 지역에 초점을 맞추어 인쇄 출판업과 경성전기 노동자들의 노동 조직과 노동 운동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였다. 일반적으로 인쇄 출판업은 노동 운동에서 가장 선진적인 부문의 하나라는 점에서 노동조합 조직과 노동 운동에서 전형적인 운동의 양상을 찾아볼 수 있는 바, 1920년대 서울 지역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니었다. 경성전기의 전차 승무원 사례는 제1부의 금속 부문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독점 대기업의 사례라는 점과 아울러 상대적으로 노동 조건이 우위에 있었던 조직 부문 노동자들의 실패한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여 검토하였다.
제3부에서는 1929년의 원산 총파업과 그후 원산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된 노동 운동을 검토하였다. 남북한과 일본에서의 연구 성과들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바탕으로 일제하 대표적인 파업 사례로 알려진 원산 총파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노동 운동에서 지도부와 노동 대중, 민족 해방 운동과 노동 운동, 경제 투쟁과 정치 투쟁의 관계 등의 쟁점을 중심으로 원산 총파업의 의의와 한계를 재검토한 것이다. 나아가서 원산 총파업이 이 지역의 노동 운동에 미친 영향을 염두에 두고 30년대 이후 이 지역에서 극단화되어 나타났던 어용―혁명적 노동 운동의 전개 과정을 구체적으로 추적함과 아울러 노동자의 상태와 의식의 다양한 양상들을 함께 제시해보고자 하였다.
제4부에서는 1930년대 이후 이른바 비합법 운동 시기의 혁명적 노동 운동에 대한 사례들을 검토하였다. 1930년대 전반기 ‘서울상해파’가 만주와 조선에서 주도한 운동은 당재건 운동에서 혁명적 노동조합 운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사례로, 동아시아의 국제적 맥락에서 국제 기관과 민족 조직의 상호 관계와 아울러 혁명적 노동 운동에서 소련과 중국의 헤게모니 각축에 대한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이고 있다. 4부의 마지막 두 장은 1930년대 서울 지역의 사회 운동과 혁명적 노동 운동을 다루고 있다. 첫번째 장에서는 1930년대 전반기 서울 지역의 사회 운동에서 혁명적 노동 운동이 발전하는 과정을 검토하였으며, 마지막 장은 이른바 ‘경성콩그룹’의 함경북도 지방 조직을 사례로 이 운동이 이재유 그룹 운동의 연장선에서 전개되었다는 사실과 아울러 노동자 중심의 하부 조직과 지식인 중심의 상부 조직의 결합 양상을 해명하였다.